수입 SUV를 사야 할 이유가 딱 하나라도 있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일단 한 번 타보세요"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래처 사장님 차를 우연히 얻어 탄 그날, 저는 뭔가를 잃었습니다. 현실적인 목표 하나가 생겨버린 것입니다. 그 차가 바로 BMW X5였습니다.

앉는 순간 느껴지는 실내공간의 압도감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X5를 타기 전까지 "SUV 실내는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국산 대형 SUV도 충분히 넓다고 느꼈고, 굳이 수입차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제가 탔던 건 신형이 아니라 구형 X5 였습니다. 그럼에도 2열에 앉자마자 느낀 건 헤드룸의 여유였습니다. 헤드룸이란 탑승자의 머리와 천장 사이의 수직 공간을 의미하는데, 키가 큰 편인 저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 걱정을 전혀 안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열리니 개방감은 말 그대로 별개의 차원이었습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란 운전석을 중심으로 화면이 완만하게 휘어져 있어 시선 이동을 최소화하고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인터페이스 구성 방식입니다. 실제로 보니 센터패시아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프리미엄 SUV라는 말이 실내에서만큼은 확실히 증명되는 느낌이었습니다.
X5의 실내 공간이 특히 돋보이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열 레그룸 및 헤드룸 여유가 동급 SUV 대비 넉넉한 수준
- 파노라마 선루프로 인한 시야 개방감과 채광 효과
- 운전자 중심 설계로 조작 동선이 짧고 직관적
- 트렁크 용량이 여행·캠핑 용도로도 충분한 적재 여유 제공
국내 수입 승용차 및 SUV 신규 등록 현황을 보면, X5가 속한 준대형 프리미엄 SUV 세그먼트는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실내 공간과 브랜드 프리미엄을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속도로에서 느낀 주행안정성,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걱정이 앞섰습니다. 차체가 이렇게 크고 무거운데 코너에서 휘청거리거나 고속 주행 시 차선 이탈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자마자 그 걱정은 사라졌습니다. X5에는 xDrive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xDrive란 BMW가 자체 개발한 전자식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노면 상태와 주행 상황에 따라 전후 바퀴에 구동력을 실시간으로 배분하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비가 오거나 눈길에서도 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순간순간 바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고속 주행 중에도 차가 묵직하게 노면을 누르며 나아가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띈 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었습니다. ACC란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감지해 속도를 조절하고 일정 간격을 유지해 주는 운전자 보조 기술입니다. 장거리 운전 시 가속과 감속을 시스템이 대신 조율해 주기 때문에 운전자의 피로도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거래처 사장님께서 지방 출장 때 이 기능 덕분에 훨씬 수월해졌다고 하셨는데, 타봤을 때 그 말이 충분히 이해됐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장거리 운전 중 운전자 피로가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꾸준히 지목되고 있습니다. ACC 같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안전 기능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SUV이지만 세단처럼 핸들링이 민첩하다는 평가가 X5에 자주 붙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차체 크기에서 오는 위압감이 오히려 안심감으로 바뀌는 희한한 경험이었습니다.
유지비 현실, 좋아하기 전에 한 번쯤 따져봐야 합니다
여기서 현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저 또한 X5를 목표 차량으로 삼고 자금을 모으고 있지만, 동시에 냉정하게 숫자를 들여다보는 시간도 갖고 있습니다. X5의 국내 출고 가격은 옵션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 트림 기준으로도 진입 장벽이 상당합니다. 여기에 수입차 특성상 보험료 산정 시 차량 가액이 높게 책정되고, 공식 서비스센터의 공임 단가 역시 국산차 대비 높은 편입니다. 연비 면에서도 가솔린 모델 기준으로 실주행 연비가 기대치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입 SUV가 국산 대형 SUV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순수 가성비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펠리세이드나 싼타페 같은 국산 대형 SUV는 실내 공간과 편의사양 면에서 눈에 띄게 성장했고, 출고가와 유지비 모두 X5와 비교하면 훨씬 현실적인 수준입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연비 효율과 유지 비용만 놓고 보면 국산 경쟁 모델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X5를 목표로 삼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타봤을 때 그 경험의 질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공간감, 주행 질감, 브랜드가 주는 감각적인 만족까지 포함하면 가격 차이가 설명이 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판단이고, 유지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은 분이라면 국산 SUV를 먼저 진지하게 비교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BMW X5는 패밀리 SUV를 원하면서 동시에 주행의 질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분께 잘 맞는 차량입니다. 저처럼 아직 구매 전 단계라면, 시승 신청을 통해 직접 운전석에 앉아보는 게 가장 정확한 판단 기준이 될 것입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앉아서 느끼는 순간, 저처럼 뭔가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